골.

영화. 2005. 10. 28. 03:11


- 영웅의 탄생 일화! 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게 내정되어 있는 영화다. 결말을 알고 보면 참 힘든게 아무리 주인공에게 시련이 닥치고 갈등이 클라이막스에 도달한다 해도 어차피 극복하게 될 거,,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만큼 스토리텔링이 중요한데 솔직히 두시간이 좀 길게 느껴졌다. 밀고 당기는 호흡이 느슨해서인지 긴박감이 부족했다. 게다가 캐릭터들이 전부 전형적이고 평면적이라 깊게 새길만한 특징이 전혀 없다.

- 그래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볼 듯. 축구에 초점을 더 맞추었다면,, 경기 중간중간 살을 맞대고 공을 다투는 치열한 느낌이 더 살았다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 그나저나 배경음악이 참 앞서나간다, 그것도 아주아주 많이. 매번 감정이입을 할라치면 분위기를 선도하려는 과한 음악이 흘러나와 오히려 감상을 망쳐버렸다. 왠지 멕시코스러운 분위기를 내려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여튼 "알렉산더" 이후 이 정도로 심각하게 영화음악에 반감을 가지게 된 건 처음이다..;;

- 이 영화를 성장영화라 일컬어도 될까. 성장 과정을 그린 작품들을 보면 '아버지'를 넘어야 할 벽으로 묘사할 때가 참 많은 것 같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영화로는 "샤인"과 "빌리 엘리어트". 자신이 보기엔 허무맹랑한 꿈에 부풀어 불확실한 길을 걸으려 하기에 아들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인지,, 아니면 이제껏 자신을 우러러 봐주던 아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 의지하며 자신의 품을 떠나려는 게 두려웠던건지.. 어쩌면 자신과 전혀 다른 인생을 꿈꾸려는 아들의 모습에 반감을 가지게 되는건지.. 여튼 그들은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아들의 크나큰 벽이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는 든든한 지원자가 된다. 발벗고 나서 아들을 지원해주기도 하고, 더 깊은 감동을 주려할 땐 이런 방법도 많이 쓴다. 남몰래 아들의 성공을 지켜보고 응원하며, 그 사실을 흔적으로 남겨놓았다가 자신의 죽음 뒤 아들이 발견하게 하는 방법말이다. 그러면 아들은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에 감동하고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몰랐던 자신을 자책하게 되며, 그럼으로써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애정은 완성된다! 어떻게보면 좀 불공평한 부자의 관계를 강요하는 것 같다. 거기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마냥 드라마틱하지도 않으니 이건 한번쯤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그 세계만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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