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운데 머물기.

혼잣말. 2005. 10. 22. 00:33

변두리에 있다가 한가운데를 파고 들어오니.. 의외로 신경쓰이는 게 참 많다. 문 앞에서 몇 걸음 되지도 않던 예전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의 자리를 거쳐야 하기에 한걸음 한걸음 더 조심해서 내딛게 되고 한번이라도 덜 움직이려고 애쓰게 된다. 그리고 그땐 조그마하든 시끄럽든 그저 내 등 뒤에서 들리는, 관심조차 닿지 않는 소리였는데 요즘은 바로 내 주변 앞뒤좌우의 사람들이 내는, 그것도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림이 그려질 정도의 세심한 소리가 되어버렸다. 신경쓰인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아니, 나쁘게 생각할 것도 아니다. 이젠 '나'도 크고 작은 소리를 내는 그들의 신경쓰이는 주변이 되어 버린거니깐.

조그마한 사각의 공간에서도 이러한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 속을 파고드는 건 어떠하겠는가. 내 마음 한가운데 한 사람이 들어오든, 한 사람의 마음 한가운데 내가 들어가든, 셀 수 없을 정도의 서로 다른 경험과 과거와 생각과 감정선과 인간관계들..그것들을 거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거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이 내는 소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그 사람으로부터 들리는 소리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이 정도로도, 이미 마음 한가운데 머물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2005.10.21. 04: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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