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영화. 2005. 10. 20. 23:44


- 영화가 정말 좋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고는 일부러 아무런 필터없이 영화를 느끼고 싶어 사전정보 없이 갔다가.. 말그대로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당해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정도인 줄 알았으면,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가는 거였는데 말이다. 개봉하면,, 한번 더 보러갈래.

- '짐 캐리', 요즘 그가 웃는 모습을 보면 주름 하나하나 깊숙히 슬픔이 담긴 미소라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세상의 온갖 풍파와 고뇌의 한가운데 있음에도 자위하며 그 혼란함을 굳이 숨기지 않은 채 타인에게 지어보이는 웃음이랄까. '케이트 윈슬렛'은 "타이타닉" 이후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이제 더이상은 '예쁘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매력이 묻어난다.

- 이 영화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가벼운 소재가 아닌데도 처지지 않고 잔잔하고 담담하게, 그럼에도 보고나면 수많은 생각과 감정과 기억들이 교차하도록 만든다. 어쩌면 처음부터 기억의 삭제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 속에 담겨져있는 기억을 지운다 한들, 여전히 몸이 기억하고 있고 마음이 기억하고 있고 감정이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삭제와 동시에 그들은 지워진 기억의 흔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그리고는 다시 그 기억들을 만들어 나가니깐.

- 그리고 사랑. 설사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해도 그 사랑은 끝난 게 아니다. 그들이 함께 한 시간과 기억들이 모두 사랑이다. 아무리 결말이 슬프고 아프다해도 '이 기억만큼은 남겨 주세요'라고 외치게 될 그것이라면 영원히 간직할 만한 소중한 것들.

- 덧, 나의 첫 눈물은 'enjoy it'에서.






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 Alexander Pope "Eloisa to Abel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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