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이란,,

혼잣말. 2005. 10. 18. 00:43

월요일 오후 5시30분이면 으레 들리는 소리, "청소하겠습니다".



오늘따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트가 청소하고 있는 모습. 아니, 청소를 하긴 하되 먼지만 쓸고 닦아낼 뿐 그 외엔 자신의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던, 어찌보면 신성함까지도 묻어났던 행동들. 화실 안, 조그마한 붓 한올 한올까지도 베르메르의 마지막 손길 그대로 위치와 각도를 기억하곤 조심스레 그 물건들을 들어올려 먼지를 쓸어내린다. 그리고 그대로, 그 자리 그대로 놓아둔다. 소설에서 이 장면이 얼마나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있던지 나까지 숨이 멎고 긴장한 상태가 되는 것 같았다.

난 그리트의 이 청소 방법이 참 인상깊었다. 왜인지, 무엇으로부터인지 나도 전혀 알 수 없지만 너무나 동경하고 갈망하게 되는 그런 모습이었다. 누군가 다녀갔음에도 내 마지막 손길이 닿아있던 그 모습에서 변화가 없는, 타인의 흔적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행동들.


흔적,
흔적,
흔적.


참 여러 번 곱씹어 보게 되는 단어이다.








- 갑자기 왜 생각이 났을까. 혼자 추측해보건데, 토요일 저녁 TV로 본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의 '콜린 퍼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앗,, 긴장감과 동시에 안타까움이 묻어나면서도 지긋한 이 아저씨의 눈빛은 정말이지..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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