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잉크가 찍힌 펜을 들고 공상하는 인간이 아니다. 명청히 의자에 앉아 흰 여백만 노려보면서 무언가 튀어나올 때까지 잉크병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인간도 아니다. 나는 글을 쓰는 행위에 화가 난다. 이것은 나의 수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써야만 한다.

- 그런데 왜 그대는 쓰려고 하는가?

- 솔직히 말하면, 글을 쓰는 것 외엔 이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몰아낼 방법이 없다.

- 왜 그대는 생각을 몰아내려고 하는가?

- 왜 그러냐고?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 이젠 그만 됐다. 충분히 알아들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즐거운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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