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동막골.

영화. 2005. 8. 13. 17:17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든 생각,,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영화를 정말 잘 뽑아냈구나,, 하는 것.



재밌었다. 아니, 즐거웠다. 기대도 많이 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런 장르의 영화가 가지는 후반부의 진부한 휴머니즘을 굉장히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담담했다. 감동을 받으라고 부단히 애를 써주긴 했지만 오히려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판타지같은 순수함과 특히나 '히사이시 조'의 음악 때문에 동화를 보고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들은 착한 부락사람들을 구해주고 좋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라는 동화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듯 말이다.

재치가 상당하다. 호흡이 잘 짜여져있어 다 알면서도 웃게하고 그 상황들을 즐기게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대박은 강혜정을 대변 해준 임하룡의 한마디, "대장, 자 꽃 꽂았습네다". 멧돼지 사건도 굉장했다. 너무 길어서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그들의 화해 과정과 감정의 변화를 잘 잡아냈으니. 그 외에도 오밀조밀하게 유머를 참 잘 엮은 것 같다.

처음엔 왜 그들만 몰래 멧돼지를 먹는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확실한 정황은 모르겠지만 설정상(실제 부락의 관습이라던가..) 부락 사람들은 채식만 한다는 말에 의문이 좀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결국 결말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인가"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ㅠ_ㅠ 뭐, 만든 사람들도 머리를 얼마나 굴렸을 것이며, 나 또한 생각을 해봐도 별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 갑갑한 것은 사실이다. 언제까지나 감동과 눈물이라는 결승지점을 위해 억지스러움을 이해해 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잖아.






- 혜정쒸, 그대는 어찌 그리 광년이 역에 딱이오..;;;




- 신하균과 정재영의 상반된 캐릭터를 감상하는 것도 정말 굳^-^b..이다!!! 신하균이 착한 얼굴을 가졌으면서도 닫힌 마음을 보인다면 정재영은 무뚝뚝하지만 열린 마음을 보여준다. 정재영은 거칠지만 먼저 손 내밀 줄도, 보듬을 줄도 아는 인간미가 진하게 느껴진다. 특히 어색하고 수줍은 듯한 미소에서. 그런데 비해 신하균은 세상의 따뜻함을 알고 경험하면서도 옛 상처 때문에 마음을 걸어잠근 채 세상에 끼지 못하고 경계선을 맴도는 느낌?! 그러고 보니 두사람 다 꼭 이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타 영화에서도 그렇고 평소에 느꼈던 배우 자체의 색깔도 그런 것 같다.



- 다시는 주말에 영화보러 가고 싶지 않다..ㅠ_ㅠ 역시 영화는 평일날 조조로 조용히 감상하는 게 최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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