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씨.

영화. 2005. 8. 7. 03:18


원제는 "Rosemary's Baby", 1968년도 作. 말로만 듣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처음엔 조금 실망했다. 너무나 밝고 따스한 분위기에 말이다. 피 한방울 없이, 그 어떤 자극적 요소 없이 극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심리적으로 죄여오는 공포물이라 들었던지라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망감도 중반까지다. 이웃집 로만 부부의 지나친 친근함과 남편 가이의 무신경한 행동에 짜증을 한껏 내다보면 어느새 로즈메리와 함께 헤어날 수 없는 덫에 걸려있는 날 발견한다.

삐쩍 마른 몸에 겁에 질려 흔들리는 눈동자, 그리고 필사적인 몸부림.. 무엇보다 히스테릭한 모습이 정말 장난아니었던 '미아 패로우'에 완벽히 감정이입된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끝까지 그녀의 음모론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아니,, 어쩌면 나까지 극도로 불안해지는 것을 느껴 그저 평정심을 갖어주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감동 받은 사탄 숭배자들이 '로만 폴란스키'감독의 아내를 토막살해했다는 뒷얘기를 듣고는 더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 이 영화가 히스테릭한 심리적 부담과 공포를 주는 건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난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탄 숭배가?! 아니,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주위 사람들이 날 미친 사람으로 몰아간다면 어떻게 해볼 여지도 없이 난 꼼짝없이 미친 여자가 된다는 점이다. 로즈메리가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했던 의사가 그녀를 믿지 않았듯이, 그녀가 출산 후에도 음모론의 진실과 허상 사이를 계속 의심했듯이 말이다. 모르겠다. 영화가 보여주고 말하려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과는 핀트가 어긋난 공포일지는 몰라도 나에겐 그랬다.





- 난 잔인무도한 슬래셔 무비나,, 과도한 음악과 사다코 귀신으로 사람을 자극시키는 호러무비보다,, 심리적 압박을 가해오는 이런 영화가 좋다.

- 원제에서 어떻게 "악마의 씨"라는 제목을..;; 이거 완전 스포일러 아닌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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