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뷰티.

영화. 2005. 7. 22. 23:57

"미국 중산층 가정의 붕괴와 중년남자의 위기를 다룬 미국영화." - 뭐, 식상하긴 하지만 이 말만큼 명확하게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을까.

-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 영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햇던 '반전' 영화였다. 가장의 새로운 깨달음과 결심으로 가족간의 따뜻함을 되찾게 될거라고, 이제 해피엔딩만이 남았다고 생각하려는 찰나에 뒤통수를 강하게 치는 게 정말 그 임펙트가 장난아니다. 무거운 주제를 밝고 경쾌하게 그려감에도 찬찬히 종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던거다. 가슴 푸근한 가족 영화로 흘러 갈만도 했는데 아주 명확하게, 그리고 냉정하고 냉소적으로 잘 비틀어 댄다.

- 결말을 알고 보니 '케빈 스페이시'의 "I'm great."라는 대사가 너무 슬프게 들렸다. 마지막, 가족사진을 보며 그 웃음은 또 어찌하고.

- 몇 안되는 캐릭터임에도 온갖 인간 군상들을 모두 모아놓았다고 느낄 정도로 캐릭터들이 다양하고 전부 생생한 게 입체적이다.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케빈 스페이시'의 아무 힘도 없는 가장과 '아네트 베닝'의 위선 가득한 아내의 역할은 전형적이기도 하지만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비교적 딸인 제인은 좀 존재감이 약했다.

- 제인의 친구이자 레스터의 삶의 자극제인 안젤라.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지 않으려 허영과 거짓과 자만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채 살아가는 또다른 불쌍한 인간이었다.

- 이번에 가장 눈여겨 본 듯 캐릭터는 리키이다. 정말 독특하다. 삶과 죽음의 아름다움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모습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지 않는 듯한 눈빛이 인상깊었다. 그가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며 보여준 영상, 흰 비닐봉지가 바람에 낙엽과 함께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장면도 잊지 못한다. '웨스 벤틀리'. 눈썹도 짙고 이목구비도 굉장히 뚜렷한게 '와킨 피닉스'의 묘한 분위기에 '아담 쿠퍼'를 살짝 섞은 듯한 외모다.

-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호모포비아로 위장하여 수십년을 살아온 피츠 대령 또한. 으읏,, 그의 눈빛도 장난 아니었는데. 대령의 아내이자 리키의 엄마인 바바라가 등장할 때면 정말이지 안쓰러움이 흘러넘쳤다. 아들이 집을 나가는데도 잡지도 못하고 그저 남편에게 눌려사는 유령같은 존재. 이 집은 전체적으로 레스터와는 또다른 줄타기를 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극과 극의 대비다.

- 이 영화엔 붉은 장미가 자주 나온다. 너무 붉어서 피같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동시에 '탐욕'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생각나는 그런 장미.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