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책. 2005. 7. 6. 16:41

동생이랑 초등학교 1,2학년쯤까지 너무 재밌게 봤던 만화다. 매일 하루에 한편씩 야금야금. 그래서 그림일기를 쓸 때(그릴 때인가?!..;;) 소재가 없으면 근두운을 타고 있는 뾰족머리 손오공을 가끔 그리기도 했다.


어렸을 때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는 단연코 손오공이었다. 물론 어린 손오공.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피콜로와 특히 베지터의 캐릭터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피콜로 같은 경우는 오반과의 그 유대감이 좋았다. 반면 베지터에게선 굽힐 줄 모르는 콧대 높은 왕자님의 자존심이랄까..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매번 손오공에게 당하고 열등감과 피해의식과 굴욕감을 느끼며 혼자 상처 입는 불쌍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또다른 매력을 꼽으라면 이런 자만심 가득하고 비열한 웃음..-_-;;;

 




‘드래곤볼’도 제법 긴 장편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초반에서 중반정도까지였던 것 같다.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이나 주인공들의 순수함 같은 게 살아있는 부분까지. 점점 ‘드래곤볼’만의 매력을 잃어가는 시점이 아마도 손오공이 크고 프리더 악당들이 나타나고부터가 아닐까싶다. 만화 속 무술대회가 원래의 색깔이 퇴색된 채 싸구려 쇼로 변했듯이(그런 의미도, 그런 정도까지도 아니지만 여튼..;;) 매번 강한 상대가 나오고 매번 주인공들은 한계를 뛰어넘고 하는 무한반복이 언젠가부터 약간 지루하고 식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항상 지구의 인류와 전우주의 생명이 손오공의 두 손에 달리게 되며 초사이언인은 수도 없이 늘어나고, 갈수록 드래곤볼의 힘을 남발하며 몇 번씩이나 죽은 이들을 살려낼 때면 피식 웃음도 나오기도 했다.

예전에 라디오에서도 한번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드래곤볼’의 작가도 그렇게 지구와 우주를 뛰어넘는 초스펙터클한 스토리를 예상치 않았는데, 주인공은 점점 강해지고 이야기는 계속되어야하고 어쩔 수 없이 점점 팽창하다 결국은 작가마저 제어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버렸다고. 하긴, 이해도 된다. 그래도 작가의 놀라운 능력으로 중반에 만화책을 놓지 않고 끝까지 보게 하지 않았는가.


난 사실 중반부터 계속 되는 비장한 분위기가 별로다. '드래곤볼'이라 함은 역시 천진난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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