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가족.

영화. 2005. 6. 18. 23:43


한국 코메디(넓게는 드라마 장르) 영화의 공식, "중반까지 웃기다 후반부터 울리기". 소재의 특이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극의 전개가 예상되로 흘러가는 그 진부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요즘은 오기가 생긴다. 그들이 작정하고 내 눈물 한방울 갖고자 온갖 노력을 다 쥐어짠다해도 난 끝까지 참고 버티겠다는 그런 오기..;;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우는 말 잘 듣는 그런 관객이 되는 게 싫다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_- 그런데 비해 "간 큰 가족"은 나름대로 중심이 잡혀 잘 빠진 것 같다. 솔직히 시나리오 자체가 진행될 곳은 한 방향 밖에 없는, 더이상은 갈 곳 없는 정착점을 향하고 있으니깐.

솔직히 처음 사기를 계획할 때부터 점점 부풀려나가는 내내 이건 너무 억지스럽다,,라는 생각을 반복했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이러면서. 하지만 진정 이 영화의 큰 힘은 그런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관객들의 관심과 폭소를 이끌어낸다는 점이다(신파에 접어들면서 약간 감소되긴 하지만). 그리고 그 매력의 정점에 배우들이 있다. 감우성, 김수로, 신구, 김수미, 성지루, 신이. 모두들 누구하나 개성이든 연기력이든 개인기든 전혀 빠지지 않는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김수로. 몇년 전만 해도 한국영화의 깡패역은 그가 다 맡는 것처럼, 그래서 최다 영화 출연의 기록을 달성할 것처럼 보이던 그였는데 이젠 정말 힘있는 주연이다. 그것도, 감히 함부로 읽기 힘든 마스크와 폭발력, 능청스러움으로 무장한 주연 말이다. 다음으론 성지루. 이 아저씨야 어디서든 연기력을 인정받아왔지만 리포터로의 변신과정이 인상깊었다. 그냥, 왠지.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감우성과 김수미가 가끔 지나가다 툭툭 내뱉는 혼잣말같은 대사 한마디한마디들. 그냥 아무것도 아닌 듯 휘리릭 다음 컷으로 넘어가버림에도 그 위트와 유머와 재치에 순간 풋 웃게되고 잠시동안 그 대사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뭐, 지금은 당장 기억나는 게 없지만 다음에 다시 보게 된다면 그런 대사들을 중심으로 보고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음.. 그닥 하나의 완성된 텍스트로서 이 영화를 재밌게 본 것 같지는 않다. 모두 그들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_-b




-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죽기 전에 오십년동안 그리워하던 고향을 가보고싶어하는 '김 노인'보다 그 두 아들들이나 아내인 김수미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함께 살아온 삼십 평생을 자신들이 아닌, 다른 그 한 곳만을 바라보며 사는 가장, 남편, 아버지. 그 사이사이에 고립되어있었을 감정들이 늙은 할아버지를 무정하고, 매정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감우성이 버스 터미널에서 아버지를 찾았을 때, 난 그가 그 부분들을 더 날카롭게 긁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약간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버려 오히려 아쉬웠다. 



- 아아앗,, 난 정말 이 장면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감우성의 이 모습을 보기 위해 내가 달려왔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브라운관 보다는 계속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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