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늦게 EBS에서 하는 걸 중반부터 보았던지라 약간 아쉬운 맘도 들었지만,, 여튼 나에겐 나름대로 반전영화였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항상 마중나오시던 엄마가 나오지 않자 작은 꼬마가 혼자 집을 찾아가겠다고 길을 나서 헤매는 것.처음엔 단지 그 소녀(나중에 알았지만 "천국의 아이들"의 여동생역이었다)의 상황에 완전히 몰입되어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그 아이의 뒤를 쫓았을 뿐이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것,, 어딘지 모를 곳에 혼자 남겨지는 것, 이 두가지 모두 어렸을 때부터 날 두렵게 했고 긴장시켰다. 그래서인지 난 정말 그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고 그럼에도 도저히 채널을 돌릴 수 없었다, 오히려 결말을 봐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순간 정말,, "헉..ㅡ.ㅡ;;;" 했다. 갑자기 미나가 영화가 더이상 찍기 싫다며 입고있던 옷과 하고있던 깁스를 주섬주섬 벗더니 홀로 뛰쳐 나가버리고,, 스텝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계속 실랑이를 벌인 뒤, 감독은 실제로 미나가 자신의 집을 찾아가게 두고 몰래 그 과정을 찍자고 결론을 내렸고, 카메라는 그녀의 뒤를 조심스레 쫓았다.
그런데 같았다. 대본이 있는 상황에서 영화를 찍던 것과 실제로 홀로 집을 찾아나서는 것이 같았다. 물론 지켜보는 나로서는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보았던 것은 그녀의 주변에서 소소하게 들리는 이란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이 꼬마의 꿋꿋함, 혹은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천진함,, 나같음 길에 주저앉아 절망하며 울었을지도 모를 상황에서도 포기않는 기특함?!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이었을까. 질서없이 차와 사람으로 넘쳐나는 도로에 혼자 남겨진 그 아이를 통해 무엇을.
잠깐의 관심 속에 무관심하게 버려진 아이를 통해 무엇을.
(거울)은 처음에는 (하얀 풍선)의 변주 같다. (하얀 풍선)에 나왔던 소녀 가 다시 영화에 나와 하교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 아이를 연기하는 것이다. 자파르 파나히가 너무 안이한 감독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들 무렵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소녀 역을 맡은 모함마드 카니는 갑자기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하고 감독은 고민에 빠진다. 아무도 그 고집쟁이 소녀를 말릴 수 없다. 파나히 감독은 재미있는 선택을 한다. 이제 소녀는 영화 연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혼자 힘으로 집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다. 카메라는 그런 소녀를 몰래 쫓아다니며 시네마 베리테 스타일로 찍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충격을 준다.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연출된 전반부나 기록된 후반부나 다르지 않은 것이다.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거울"처럼 닮아 있는 묘한 아이러니의 순간을 창조하면서 파나히는 또한번 뭔가 보여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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