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하루.

영화. 2008. 10. 5. 21:30


지루하다고들 해서 많은 각오를 하고 갔는데, 난 재밌게 봤다. 2시간이 그리 길지 않던걸!



하정우의 연기, 완전 최고다. 아니, 이건 단지 연기일 뿐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싱크로율 100%다. 아마 그랬기 때문에 병운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희수의 감정에 강하게 몰입될 수 있었을 것이다.

병운은 뭐랄까.. 서로 돕고 도움도 받으며 대충 의리를 지키고 그냥저냥 아는 사이로 지낸다면 나무랄데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좋아하고 아끼며, 거기다 미래까지 함께 할 생각을 하는 사이라면 최악 중에 최악인 사람이다. 타인에겐 언제나 유쾌하고 분위기 잘 띄우는 사람일테지만, 나에겐 항상 뺀질뺀질하고 진지한 구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가 된다. 그리고 아는 누군가가 힘들 때 선뜻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만, 정작 내가 혹은 우리가 힘들 땐 타인에게 눈이 돌아가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그인 것이다. 봐라, 자긴 집도 없어 달랑 가방 두개만 들고 떠돌아다니는 주제에 350만원 갚아주겠다고 다니는 거. 하지만 더 싫은 건 본성이 나쁜게 아니어서 그저 미워만하고 떠나려고 하기엔 마음도 편치않으며, 남들 눈도 신경쓰인다는 점이다. 주변의 타인들에겐 너무 좋은 사람일 뿐이니깐. 당해보지 않으면 이해를 못하니깐. 그리고 나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아니깐.

영화가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고 공감도 하게 만들지만, 답이라고 할 만한 뭔가도 보여주지 않아 오히려 극장을 나서는 사람의 맘을 먹먹하게 만들고 여운을 남긴다.





그와 그가 만난 사람들. 결국 돈은 350만원을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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