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게 없어.

혼잣말. 2008. 9. 16. 00:41


난,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주위의 많은 자극들을 거르지 않고 그저 받아들인다.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서도 내가 지켜보면서 앞으로 그럴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다른 행동을 그 사람이 보이더라도(설령 그게 좋지 않은 모습이더라도) 그 사람의 본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라고, 그 모습을 단지 늦게 본 것일 뿐일라고 여기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넘긴다. 그러고보니 인간관계에 있어 개선에 대한 의지가 많지도 않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나 또는 상대가 특별한 행동을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 또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다.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고도 잘 맞는다면 정말 좋은 만남이고, 앞에서 언급한 그런 대가를 치루고서라도 만나고 싶거나 만나야 한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거고.

하다못해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그저 교과서의 내용을 한페이지 한페이지 받아들일 뿐이었다. 성적이 우수했음에도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문'이란 것 자체를 가져본 적이 별로 없다.

그리고 상황적응력이 참 빠르다. 아니, 포기가 빠르다는게 더 알맞을지도. 학업이나 진로에 관한 문제든 인간관계의 문제든 노력을 했는데도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나 어떤 일에 실망을 하게 되더라도 잠시 슬픔과 절망을 느낄 뿐 얼른 털어버린다. 이미 나온 그 결과를 지금 내가 바꾸지 못한다면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에서. 그래서 남들 다하는 후회도 절대 하지 않는다. 어쩌면 후회하는 순간 내 자신이 더 구차해진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좋은 점도 있다. 좋지 않은 상황이 닥칙도 해도 상념은 잠시, 빨리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좋게좋게 만들어보려고 나름 노력한다.

여튼 그래서인지 난 반응이 별로 없다. 사람들과 사소한 대화에서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서도 '아, 그렇구나' '아, 그래서 그렇구나'라며 그저 새로울 것 없이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난 것 뿐이라는 그런 생각으로 내 자신이 의식할 새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버린다. 그래서 내 앞에 누군가 서서 내 반응을 기다리며 살피고 있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처를 해줘야 할지 난감한 경우도 적지 않다.




요 며칠 간 생각을 좀 해봤는데.. '간절함'의 결핍에서 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함. 난 이게 하고 싶어, 난 이거 아니면 안돼, 난 이걸 배우고 싶어, 난 이 공부가 하고 싶어, 난 꼭 이 걸 이루고 말거야, 난 이게 너무너무 갖고 싶어, 난 이걸 꼭 가져야 해, 난 이 사람과 꼭 친해야 해, 난 이 사람과 절대 멀어져선 안돼,,


내 인생을 통틀어 한번이라도 간절함을 경험한 적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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