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짜, 메릴 스트립 완전 최고다! ㅠ_ㅠb  '맘마미아'에서의 활기차고 수다스러운 아줌마는 어디 가고, 냉철하고 냉혹한 커리어우먼이 내 앞에 나타났는지. 미란다가 낮고 작지만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연단에 서서 연설을 시작할 때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손톱 만큼도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캐릭터 임에도 단지 메릴 스트립이 연기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무한한 애정을 가질 수 있다.

2.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패션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던데 난 명품을 좋아하지 않다보니..아니, 관심이 없다보니 그런 재미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앤 헤더웨이 의상과 악세사리가 달라질 때도 그저 이쁜 옷으로 갈아입었네 하는 정도;;

3. 앤디의 남자친구와 다른 친구도 그렇고 사이먼 베이커가 맡은 역도 그렇고, 다들 하나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앤디가 화려한 패션계를 맹목적으로 좇는 것도 아니고, 비록 기자가 꿈이었다 해도 지원서를 보고 받아준 곳이 런웨이이었을 뿐이었으며, 동기야 어떻든 비서로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의 일부분이었다. 사람은 환경과 상황에 따라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더 성장하기 위해 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좇던 것을 도중에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 선택은 자기 자신이 하는 거다. 그 사람의 신념에 달린 일이다. 단지 그것을 허세라고, 허영일 뿐이라고 단정하고 비난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설사 허세고 허영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얻기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을 터, 그것까지 그 자신이 치루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앤디의 친구들이 친구들 그 자신의 신념을 앤디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앤디는 돌아올 것이었는데 말이다.

4. 누구나 예상가능한 결말이라 김이 좀 빠지긴 했지만, 앤디의 인사에 그 어떤 미동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탄 미란다가 차문을 닫고 잠깐이지만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던 엔딩 장면에선 왠지 미란다의 생각이 읽히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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