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리스트.

영화. 2008. 12. 29. 01:38



물론 나도 재밌다고 느꼈기에 해가 뜨는데도 끝까지 보았고, 역사적으로 쉰들러라는 인물은 존경받아야 한다는 점에 추호의 의심도 없으며, 따라서 이 영화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포털의 네티즌들처럼 완벽에 가까운 점수를 주지는 못할 것 같다. 뭐, 대중의 취향이라는 게 있을테니깐.



난 이 점이 좋았다. 쉰들러가 나치의 유태인 정책에 대해 정치적으로, 의식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반대한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 좋아서 불쌍하고 안된 것을 보고 지나치지 못해 별 생각없이 도와주는 묘사가 말이다. 중간중간 자신의 재력과 권력과 인맥을 적절히 이용하고 휘두르는 장면이 그래서 더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뭐랄까, 거창한 정의와 휴머니즘, 그저 한 인간의 연민과 동정심 사이에서 관객들과 아슬아슬 줄다리기를 하는 듯한 그런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전개가 결말로 가면서 많이 무너졌다. 감동을 주려는 노력이 너무 과한 까닭에 팽팽하던 긴장감이 탁 풀려버려 엔딩이 너무 길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기도 하고.



특히 세가지가 남는다. 리암 니슨의 거대한 체구;; 작은 사람들과 나란히 있으니 꼭 거인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랄프 파인즈. 쉰들러의 종용에 한동안 유태인에게 인정을 베풀다 다시 잔인함조차 느껴지지 않는 눈빛을 가진 악랄한 나치로 돌아가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거기다 유태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빙빙 둘러 말하는 거나 결국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어찌나 보는 사람에게 와닿게 연기를 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빨간 옷을 입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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