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영화. 2009. 1. 7. 23:03




1. 영화가 참 길게 느껴지더라. 3시간은 앉아있은 것 같은데 133분 밖에 안되네. 이 시간도 그다지 짧은게 아니긴 하지만.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자꾸 늘어지고 지루해지던데 더 타이트하게 편집을 하여 상영시간도 좀 줄이고 관객을 더 압박하고 조였다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2. 줄거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궁궐 내 치정극이랄까. 원나라 속국이라는 정치문제가 등장하긴 하지만 왕을 위협하는 실체로 강하게 어필되지도 않고 그저 왕과 홍림, 왕후 이 세사람에게 이야기가 집중된다. 좀 많이 아쉽다. 정치적 문제로 왕의 위태로움을 더 강조하든지, 차라리 홍림의 충성과, 욕망과 왕과의 배신 이런 감정에 더 치중하든지.. 언제 조인성이 이런 누드로(그것도 동성애 역할까지) 영화를 다시 찍을지 모를 일인데 결과가 안받쳐주니, 심히 안타깝다. 조인성의 멍때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걸로 좀 부족했던 듯 ㅠ_ㅠ  뭔가 심하게, (조인성의)연기도 그렇고 홍림의 심리상태도 그렇고 그래서 영화까지도 어중간하게 걸쳐있어 보고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이입 힘들게 하는 점도 적지 않았다.

3. 말 많은 정사씬에 대해 얘기하자면 난 홍림의 왕과의, 왕후와의 씬이 모두 실망이었다. 홍림과 왕의 정사씬은 솔직히 우리나라에선 대단히 파격적인 것도 사실이고 배우들도 연기가 쉽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뭐랄까 이 영화가 특별함을 내세우기 위해 이용한 장치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래도 훗날 DVD가 나오면 배우들의 음성 해설이 들어있는 스페셜 피쳐가 꼭 보고 싶다!). 그리고 왕후와의 씬은 흠.. 금기의 애절함이나 하다 못해 욕망의 에로틱함이라도 느껴지면 좋았을텐데, 그저 보이는게 전부였다는 아쉬움이;;; 

4. 주진모와 송지효의 저음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송지효는 왕후의 위엄이 서려있었고, 주진모는 정말 극장 내 낮게 깔린 공기마저 웅웅거리게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저음이 참 듣기 좋았다. 연기도 주진모가 가장 좋았던 듯.

5. 난 결말이나 홍림의 성정체성, 결국 사랑한건 누구인가 같은 건 그냥 생각하기 싫다. 아니,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그렇게 어중간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뭘. 그저, 버림받은 왕이 쪼금 불쌍할 뿐;;



6. 꽃돌이들이 참 많이 나온다.


7. 그래도 본좌는 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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