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

영화. 2009. 1. 25. 15:07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결말의 그 충격은 정말 대단하다. 홀로 남았을 거라 생각했던 주인공이 느꼈을 절망과 분노, 상상만해도 끔찍할 정도.




사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극장 내 사람들도 결말에 대해 굉장히 어이없어 했고, 또 넷 상에서도 식스센스 이후 많은 영화가 그랬듯 이 영화도 반전에 집중하다 영화 자체가 함몰되었다고 많은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난, 예전에 한 듀나인이 이 영화를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고찰로 본다면 오히려 생각할 거리가 많은 풍부한 영화라 했던 그 생각에 동감한다. 안개와 그 속에서 출몰하는 괴물들은 그저 인간을 위협하는, 그래서 감추어진 인간 본성을 드러나게 하는 매개체일 뿐이라면? 대신 쇼핑몰 속에 갖혀 몸부림치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을 보라. 지극히 이성주의적인 사람들부터, 정말 미친X라는 목구멍까지 올라오고 스크린 속에 들어가 진작에 그 머리를 날리고 싶은 비이성적인 사람들까지. 게다가 공포와 두려움으로 제물까지 바치려는 대중의 움직임을 나타날 때 쯤이면 그 광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언제나 되풀이되는 역사의 한장면 같기도 하고.

게 중에 가장 인간적이고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되는 몇 명의 사람들이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이 더 충격적일 테고. 아마 두려움과 공포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대중에 휩쓸려 그 자신이 광기의 대중이 되어버리는 그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래,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은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일 수도 있고 그게 항상 좋은 결말을 보장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이 영화, 생각하면 할수록 암울하고 잔인한 영화같다.


마지막 두 명은 외모와는 달리 멋진 활약을 하는 마트 아저씨(그래서 이 아저씨가 끝까지 함께 갔다면 그런 결말을 맺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와 아, 진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미친X(그래서 이 여자의 결말에 극장 내 사람들이 속시원하다고 소리지르고 박수를 쳤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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