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은 종지부를 찍고 싶어 빨리 잊고 싶을지 모르지만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잊지 않는다. 전자에게는 사소하고 잊을 수 있는 사건이 후자에게는 평생 가는 분노의 원천일 수 있다...(중략)...
   게다가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당시에 이해할 만한 것이다고 생각한 반면 많은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의도를 사건이 일어난 지 오랜 뒤에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왜 그랬는가?"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가해자의 동기를 이해할 없다는 점이야말로 피해자 의식과 피해자 이야기의 중심적인 특징이다.
   "그는 끔찍한 짓을 한 것만이 아니야. 그것이 끔찍한 짓이라는 것을 이해조차 못한다!"
   "그녀는 왜 자신이 내게 가혹하하게 대했다고 인정하지 못할까?"
   그가 이해할 수 없고 그녀가 인정하지 못하는 한 가지 이유는 가해자가 자신의 소행을 열심히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또 다른 이유는 피해자의 감정을 정말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처음에는 화를 억누르고 상처를 살피며 어떻게 할지 곰곰이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고통이나 불만을 여러 달 동안, 더러는 여러 해나 수십년 동안 되새긴다. 한 남자의 예를 들어보자. 결혼해서 18년 동안 함께 살던 아내가 느닷없이 아침 식사 시간에 이혼하자고 요구했다.
   가해자들은 벌써 종결짓고 잊은 사건들을 피해자들이 자신의 고통과 분노를 표출할 때 가해자들은 당혹스럽다. 대다수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분노가 과잉반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중략)...
   같은 사건을 두고 양측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바탕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패인 골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자기정당화가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가해자는 자기행위를 정당화하는 역사를 쓴다. 그 행위는 상대편의 자극을 받아 일어났고 사리에 맞고 의미가 깊었다. 비록 자기 쪽이 잘못을 했거나 지나쳤을지라도 지나고 보니 차라리 잘 된 일이었고, 어쨌든 지금은 다 지난 일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똑같은 사건을 두고 전말을 달리 설명하는 역사를 쓴다. 그들은 가해자의 행위를 독단적이고 무의미한 것으로, 또는 악의적이고 잔인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린다. 반면 자신의 앙갚음은 전적으로 적합하고 정당한 것으로, 지나고 보니 오히려 잘 된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그린다. 사실 모든 것이 잘못되었으며,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화가 난다.
- 거짓말의 진화; 자기정당화의 심리학 中 7장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적 메커니즘


가해자였던 내가 되어,
피해자였던 내가 되어,
뒤늦게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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