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쉬는 피사체의 진실된 본연의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을 질문했을까. 피사체는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말에 어떤 생각으로 어떤 표정을 지었고 어떠 대답을 하였을까. 사진을 찍는 동안 방 안의 공기, 방 안의 분위기는 어떠했을까.

귀에 익고 눈에 익었던 위인, 그리고 유명인들을 카쉬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을 통해 보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그들의 눈빛과 표정, 카쉬가 포착한 그들의 아우라와 분위기에서 내마음대로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처칠이나 루돌프 누레예프처럼 사진을 찍던 순간의 일화가 더 많이 쓰여 있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걸. 아, 그럼 관람자들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게 되는 것인지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방의 속까지 꿰뚫는 듯한 인물도 있고, 나이는 많지만 표정에 아이같은 미소와 보는 이로 하여금 포근함을 전해주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인물도 있고, 나 같은 일반인은 도전히 알수 없는 심오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는 듯한 인물도 있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드리 햅번처럼 꾸미지 않아도 품위있고 우아함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나이를 어느 정도 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여유와 안정감을 전해주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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