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E.

영화. 2008. 8. 22. 19:16


표정도 짓지 못하고 말도 겨우 몇마디 하지 못하는 차가운 금속기계에 어떻게 그런 다양한 감정을 입힐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정말 사람이 연기하는 것 마냥 월-E의 생각과 감정들이 전해졌다.

참 따뜻한 영화다. 이브가 등장하기 전까진 슬픈 영화였고. 바퀴벌레 한마리를 벗삼아 홀로 지구에 남겨져 무료하게 쓰레기를 치우는 로봇, 자신 만의 공간에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을 모아 차곡차곡 재어놓는 로봇, 200년 동안 한 영상을 수없이 보며 학습하던 로봇. 스크린에 등장하는 월-E의 행동 하나하나에 난 그냥 눈물이 났다. 이 로봇이 도대체 감정이라는 것을, 그리움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했다.

하지만 이브가 그를 구원해 낸다. 마치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아이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쑥스러워며 쉽게 다가서지도 못하지만 기회가 되자 자신의 보물인 수집품들을 자랑한다. 그리고 곁에 머물고 지극정성 돌봐주며, 차가운 얼음같이 도도한 이브가 자신에게 한걸음 다가오게 한다. 그리고는 은하수를 유영하고, 엑시온에서 친구들도 만들고, 인간들을 계몽하기까지 한다! 아앗, 아직까지 월-E의 커다란 눈망울이 아른거린다..ㅠ_ㅠ




('손'에는 참 큰 의미가 있나 보다. 누군가와 깍지를 낀다는 것은 그 사람과 사소한 일상과 감정과 생각을 모두 허락하고 교류한다는 것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과 깍지 끼고 보면 참 행복할 영화다. )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