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영화. 2008. 7. 12. 17:28


새삼 또 느낀거지만 포스터를 왜 이렇게 성의없어 보일 정도로 촌스럽게 만드는지.. 참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이 영화를 보러가기 전 알아두어야 할 것. 바로 그 2시간 30분은 대서사의 서막일 뿐이라는 점이다. 'to be continued'가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실소를 금치 못했고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 어떤 이는 이게 드라마냐며 짜증섞인 소리를 내더라.


오우삼 영화 아니랄까봐 예외없이 비둘기는 등장해 주신다. 또 그의 스타일은 고전에서도 여전히 그대로다. 등장인물들의 어깨에는 한껏 힘이 들어가 있고, 액션은 화려하면서도 서정적이다. 내러티브 자체는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진 않다. 모두가 결말을 아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과 적벽대전을 설명하는 도입부분이라 어쩔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게다가 음악은 꼭 예전의 '알렉산더' 영화처럼 오버하며 따로 노는 감도 있고.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원래가 남성들만 득실득실거리는 전쟁영화니 당연히 그런거지만, 바로 남자배우들의 총집합체라는 점! 주유/제갈량/손권 역을 맡은 양조위/금성무/장첸, 이 핫라인이 그윽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동맹을 약속하고 믿음을 나눌 때면 나도 모르게 ♡.♡ 모드가 되어있었다. 오우삼의 적벽대전에서는 주유/제갈량 만이 완벽한 주인공이다. 조조를 맡은 장풍의는 좀 두리뭉실한게 내가 생각한 조조의 날카로움이나 간사스러운 맛이 부족했고, 유비/관우/장비는 캐릭터가 많이 약했다. 관우/장비/조자룡은 팔괘진이 등장하는 전투에서 주유와 제갈량을 뒤에 두고 햑예회 열듯이 무술실력을 뽐낼 뿐이었다. 그나마 조자룡의 호군은 '란위' 이후 처음이라 굉장히 반가웠던 정도.

처음 제갈량 역을 금성무가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 조금 실망스러웠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의외였다. 하지만 뭐랄까.. 금성무만 나오면 초현실적이라고 할까.. 다른 이들은 모두 서기 208년의 흙먼지 날리는 전장의 느낌이 물씬 흐르는데 금성무의 쌍커풀진 초롱초롱한 큰 눈만 나오면 이질감이 느껴졌다. 거기다 장첸의 미모까지 함께 등장하면 약간 판타지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렇든저렇든 최고는 여전히 양조위다! 도대체 그는 얼마만큼 더 노련하게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려 하는 것일까. 눈빛만으로 백만가지를 표현하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색기가 흘러넘친다..ㅠ_ㅠ 그와 동시대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일이다.

'알렉산더'를 보면서도 느낀거지만 화약이나 총,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대량학살의 무기가 등장하기 전의 전쟁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 같다. 진법과 진형, 전략이 승패를 좌우하는 그 때가 말이다. 물론 지금이라고 전략이 중요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직 배끼리 연결도 하지 않았고, 조조 진영으로 감언이설을 하러 간 이 조차도 없다. 그저 주유와 제갈량이 적벽 맞은편에 자리잡은 조조의 진영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모습을 백만번 보여주기만 했을 뿐;; 그래도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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