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피조물.

영화. 2007. 6. 4. 17:30


1학년 때 들었던 심리학개론 수업 중 영화 속 주인공들의 심리적 장애에 대해 분석하는 과제가 있었다. 그 때 난 '처음 만나는 자유'의 주인공들에 대해 썼는데, '천상의 피조물'을 보는 동안 그당시 이 영화를 알고 있었다면 주저없이 이 영화를 선택했을 거라는 아쉬움을 느꼈다. 뭐, 심리학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는 초심자였을 내가 보기에 특별히 강박장애라든지 불안장애와 같이 쉽게 콕 꼬집어 낼 수 있는 심리장애는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에너지 넘치고 자유로운 줄리엣과 조용했지만 몽상가적 기질이 있던 폴린이 만나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던 모습이 마치 활활활 제몸을 태우는 불꽃으로 보일 정도였다.

 폴린은 정말 무서웠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가 별로없던 조용했던 아이가 점점 밝아지는 듯 하다가 자신과 줄리엣의 공동 창작물인 망상 속 세계를 현실과 연결시킨다. 그리고 줄리엣과의 사이를 방해하는 엄마에게 분노와 적대감이 가득찬 눈을 보이는데 정말 장난아니다! 음, 아무래도 그런 비극적 결말은 맺게 된 원인에는 우선 그 둘을 전혀 받아들인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도 한 몫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폴린 엄마의 경우, 약간 부족한 점이 없진 않았지만 딸을 지극히 생각했던 좋은 엄마아기도 했다. 문제는 여하튼 그 둘이 만나서 친구가 되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줄리엣은 완벽해 보이는 가정에서 보석처럼 자랐지만 왠지 모를 아이러니함을, 폴린은 자기 눈에 너무나 이상적인 줄리엣의 가정 속에 편입되고 싶었던 마음을 그렇게 환상 속에서 풀어나갔다.

실화라며? 그리고 줄리엣은 지금 커서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가 되어있다며? 세상 일이란. 평화로운 도시의 광경에 뒤이어 피칠갑을 하고 소리 지르며 달려왔던 그 아이들의 모습에 온 몸이 경직되었던 오프닝을 시작으로, 사춘기인 그 때가 이해가 될 듯도 하면서 그래도 이건 뭔가 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 참 오묘한 감정을 맛 보았던 99분이었다. 

 

- '프라이트너', '반지의 제왕', '킹콩' 외의 피터 잭슨 영화는 처음이었다. 블록버스터의 극치를 보여주던 그의 영화만 보다가 '천상의 피조물'을 보니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고 신선했다. 피터 잭슨의 좀비영화 '데드 얼라이브'가 심하게 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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