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책. 2007. 5. 19. 20:15

우선 정말 재미있다! 첫장을 넘긴 순간부터 이틀동안 내내 손에서 책을 놓기 싫어 들고 다닐 정도였다. 한동안 습관이 안들어 차분히 앉아서 책읽는 게 힘들었던 나였던지라 오랜만의 즐거운 독서가 정말 좋았다. 그리고 무서웠다. 아우,, 책을 읽으면서 그 속의 가상 세계가 이렇게 실감나게 느꼈졌던 적이 있었던가.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읽는것 자체로도 너무 두려웠고 내가 그 세상에 속한다는 상상은 너무 끔찍해서 하기도 싫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느 소설처럼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다. 우선 마침표와 쉼표를 제외한 어떤 부호도 사용되지 않아서 특히 대화가 나올라치면 대화의 주체가 헷갈린다. 그리고 중간중간 작가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도 쉬운 내용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된다는 거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꼭 다시 꼼꼼이 읽으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저 그런 공포소설과는 한 끝발 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건지도 모르고.

혼자 뒷이야기를 상상해본다. 하나, 다시 볼 수 있게 된 사람들이 과거의 동물같았던 생활들을 모두 마치 없었던 일처럼 함구하는 게 불문율이 된 세상. 그래서 그 동안의 역사는 유럽 중세시대의 암흑기처럼 되었을지도. 둘, 처음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던 사람들이 당해야했던 일들이 재조명되어 정부의 무책임이, 그리고 인간의 비이성이 거론되는 사회가 되는 새로운 세상.

끝말. 내 마음대로 의사의 아내를 아름다운 여인이라 상상했다. 아니, 성모마리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의사의 아내는 정말 마지막에 눈이 멀어버린 걸까, 아니면..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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