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꼬집어 얘기하자면 스타벅스처럼 사람 많은 커피숖에 잠시 혼자 앉아있을 때.

나와 같은 공간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자신들만의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서로의 말소리에 모든 게 묻혀 제각각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때, 내가 그런 공간에 혼자 놓여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다. 모두들 자신만의 세상에서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리고 이 커피숖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자신을 모르는 타인에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일 뿐이다. 물론 나의 삶도 그렇다. 나도 나만의 인생을 나름대로 살고 있지만 타인에겐 인지되지 않는, 그래서 커피숖 안에 앉아 와글와글 떠드는 그냥 '사람'일 뿐인 거다.

하나의 점 같다. 이 사람도 점, 저 사람도 점,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점, 나와 멀리 있는 사람도 점, 나도 점. 넓고 넓은 종이 위에 그냥 툭툭 던져놓은 점, 그래서 보잘 것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찮아 보인다.



그 순간 잠깐 자리를 비웠던 일행이 돌아오면, '나'라는 존재를 아는 사람이 나를 보고 '우리'의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참 묘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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