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혼잣말. 2005. 12. 15. 12:17

아기들이 엄마 혹은 아빠와 떨어지면 생기는 불안증세, 그래서 엄마아빠와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아기들이 엄마와 처음 떨어지는 게 얼마나 힘든지.

나도 많이 그랬던 것 같다. 아니, 어찌보면 참 심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직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내가 대여섯살이 되었을 때 쯤 엄마는 장을 보러 가시면서 처음 나와 내동생을 집에 두고 가려고 하셨고 나도 집에서 동생이랑 잘 기다리고 있겠노라 대답까지 씩씩하게 했었다. 하지만 엄마가 보이지 않고 얼마 후에 난 극도의 두려움과 상실감(이 감정을 그 때에 알았겠냐마는)에 어디에 가셨는지, 그리고 얼마 후에 돌아오실건지 다 알면서도 울기 시작했고 집을 나서고 말았다. 내 동생도 잘 참고 기다리는데 말이다. 정말 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동생을 뒤로 하고는 엉엉 울며 길을 걸었던 나. 이 때 어느 아주머니가 길을 읽었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여튼 이 뒤로 어떻게 수습되었는지 기억은 나지않지만 (어차피 엄마를 무사히 만나고 안정을 되찾았다는 해피엔딩이었겠지만) 나름대로 그 당시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이었는지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며칠 전 분리불안이 아기들만 겪는 일시적인 증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글을 읽었다. 엄마와 헤어져 아기들이 느끼는 불안만큼 그 아기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도 분리불안과 같은 맥락일 수 있으며, 단지 나이가 들면서 그 불안을 이겨내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난 이 불안증세를 참 늦게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친척들과의 모임 같이 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 틈에서도 엄마나 아빠, 하다못해 동생이나 날 보호해 줄 수 있는 정말 친한 사람이 그 자리에 같이 있지 않으면 불편해 한 것은 물론이고 불안해 하고 두려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친척들 모임에서도 이러한데 피하나 안 섞인 타인들 틈에서는 하.물.며.

하지만 1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나 스스로 고칠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사고하는 방향과 성향도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혼자서도 잘 해나간다. 여전히 껄끄러운 기운들을 느끼며 때로는 피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기특하게 생각하고 싶어.
타인들이 보기엔 아직 부족할지 몰라도 난 그 불안들을 이겨낸거니깐.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잘 해 나갈테니깐.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