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

영화. 2005. 12. 15. 05:18


한 사람을 원했을 뿐인데 장애물이 너무 많아.




- "킹콩"에 웬 공룡?! 예전에 처음 티저동영상을 보고 내가 한 생각이다. 물론 진실을 알게 된 후론 곧바로 원작을 통하지 않은 채 수집된 나의 얄팍한 지식과 정보에 부끄러웠지만.

- 세시간 동안 지루할 틈 전혀 없이 재밌게 봤는데 자리에서 일어날 때 정말 힘들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너무나 가슴 졸이며 긴장을 한 덕에 말이다..;; 다 알면서도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속아넘어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는 스필버그 이후 처음이 아닐까. 스릴감과 공포감을 쥐었다 폈다 조절하는게 장난 아니다. 거의 모든 추격전을 비롯하여 특히 앤이 킹콩의 손에 쥐여 이리저리 흔들리는 씬에선 정말 내가 막 어지러울 정도였다. 여인들의 신음소리를 내게 하는 그 씬들은 어떻고. CG가 약간 티가 나는 아쉬움 점도 있긴 하지만 그 쯤이야!

- 인간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파괴한다. 고립된 섬이었지만 나름대로 자연의 이치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킹콩과 (이상하게 큰 먹이를 옆에 두고 작은 인간에 집착하는) 공룡과 (생각만 해도 토나올 것 같은) 벌레들을 인간들이 괜히 들어가서 휘젓고 온 게 아닌가. 그 부족 사람들도 좀 아스트랄한게 신들린 괴물같이 나왔지만 그들 입장에서 보면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행위였을 뿐이다. 그래도 솔직히 집단최면에 걸린 것 같은 여인네들,, 무섭긴 했다..;;

- 인간의 스스로에 대한 과신과 허위, 그리고 야만성과 이기심을 모두 복합하여 잘 보여준 인물이 '잭 블랙'. 아무리 친근한 얼굴이었다 해도 마지막에 "Oh no, it wasn't the airplanes. It was beauty killed the beast"라고 중얼거리며 무책임하게 돌어서는 델헴, 정말 싫.었.다.

- '나오미 왓츠'는 역시나. "21그램"에서 반한 뒤로는 처음인 것 같은데 그 매력은 여전했다. '니콜 키드만'이 떠오르면서도 차갑고 날카로운 그녀와는 달리 꾸밈 없고 상냥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제이미 벨'은 "빌리 엘리어트" 이후 너무나 올바르게 자란 첫 모습이기에 무지 반가웠고, 뒤늦게 알았지만 캡틴 잉글혼 역을 맡은 '토마스 크레취만'은 '에드리언 브로디'와 함께 출연한 "피아니스트"에서의 그 멋진 장교였었다. 어쩐지 눈에 익더라니..;;;

- '콩'의 감정변화가 참 즐거웠다. 자신의 손 안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앤의 모습을 맘에 들어하는 장면에서부터 맘대로 다루어지지 않자 화풀이하는 모습, 일출을 감상하며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 꼭 어린 아이들이 이성 앞에서 느끼는 듯한 쑥스러움, 애타게 앤만을 찾아나서는 애착, 얼음을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 등 '동물'에게서 전혀 생각지 못한 다양한 캐릭터들을 부여되어 있었다. 그래서 후반에 더욱 킹콩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었던 거겠지만. 외로웠을 것 같다. 혼자 그 섬에 살았을 때.




이 순간만큼은 행복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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