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걱거림.

혼잣말. 2005. 2. 28. 18:31


글을 쓸 때 갑자기 단어들이 이상하고 낯설게 느껴질 때.

글을 쓰다가 "걱정"이라는 말과 "중독"이라는 말을 적었는데
갑자기 처음 그 문자를 접한 듯 서걱거릴 때.
그리고는 그 단어조차도 너무 낯설 때.
급기야 사전을 뒤적거려 그 단어가 맞음을 확인할 때.



갑자기 느껴지는 세상과의 서걱거림.

AND

레퀴엠.

영화. 2005. 2. 28. 18:24


중독에 관한 이야기들.

마약 중독,, TV 중독,, 초콜렛 중독,, 다이어트 중독.
&
희망 중독...



지루한 영화일거라 생각하고 봤는데 예상하고는 반대로 굉장히 감각적이고 비주얼적이라 전혀. 그리고 OST는 필수!!! 간간히 블랙유머도,, 한때는 로맨스도,, 사랑 넘치는 가족애도. 그러나 어느새 냉장고와 TV는 공포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있었고 그들은 모두 "희망" 이라는 것에 쫓기고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인간이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희망을 가진다고 모든게 해결되지만은 않는 거라고,, 너무나 적날하게 "중독"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되뇌이게 한다.

'난 내 삶의 무엇에 중독되어 있는가..?'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절망적인 영화인 듯.


AND

벨벳 골드마인.

영화. 2005. 2. 28. 18:13


비주얼, 그리고 음악 모두 잊을 수 없는 영화.
그만큼 인상 깊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완 맥그리거"에게 반해버린 영화.





"우린 세상을 바꾸려 했어.

그런데 우리 자신만 바뀌어 버렸어."


AND

그대.

책. 2005. 2. 28. 18:00


그대가 이 페이지를 넘길 때, 지면의 한 지점에서 그대의 집게손가락으로 종이의 섬유소를 문지르고 있음을 느껴보라. 그 접촉에서 미세한 가열이 일어난다. 지극히 미약하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무한소로 수량화되는 이 가열 때문에 전자의 갑작스런 움직임이 생겨난다. 전자는 원자를 떠나 다른 입자와 충돌한다.

그런데 이 입자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주 거대한 세계일 수도 있다. 이 입자가 전자와 충돌한 것은 그야말로 하나의 격변이다. 충돌이 있기 전까지 이 입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차갑고 공허했다. 그러다가 그대가 페이지를 넘김으로써 위기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지면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그 동작으로 그대는 어떤 중대한 일을 야기했다. 이 일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인가? 그것에 관해서 그대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지극히 작은 것 안에서 하나의 폭발이 일어나고, 물질의 파편들이 배출될 것이며, 에너지가 퍼져 나갈 것이다.

어쩌면 극미한 세계들이 생겨나고 거기에 사람과 비슷한 존재들이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들은 제련 기술과 증기로 찌는 요리법과 우주 여행을 생각해 낼 것이고, 우리보다 더 지능이 높은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대가 이 책을 펼쳐 들지 않고 그대의 손가락이 지면의 한 지점에서 마찰열을 가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우리 우주 역시 지극히 거대한 어떤 책의 지면 한구석이나 어떤 구두의 밑창, 또는 어떤 거대한 다른 문명의 맥주 깡통에 묻은 거품에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세대는 아마도 우리가 어떤 무한소와 어떤 무한대 사이에 있는지 확인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우리 우주는, 아니 우리 우주를 담은 입자는 텅비어 있었으며, 차갑고 어둡고 고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또는 무엇인가가 위기를 야기하였다.

책장을 넘긴 것이든 맥주 깡통의 거품을 닦은 것이든, 일종의 <깨어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바대로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폭발, 즉 빅뱅 Big Bang이었다.

그렇다면 정적에 싸여 있던 그 방대한 우주가 어떤 어마어마한 폭발 때문에 갑자기 깨어나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저 위에서 왜 누군가가 페이지를 넘겼을까? 왜 누군가가 맥주 거품을 닦았을까?

어쨋거나 그 깨어남이 있었기에 그대가 이곳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 온갖 것이 나타나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대가 이 책의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무한소의 어딘가에 새로운 우주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대 알고 있는가? 그대의 힘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베르나르 베르베르,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 中.

AND

숫자의 힘.

책. 2005. 2. 28. 17:58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숫자는
고대 인도인들의 숫자에서 유래한 것인데,
그 안에 이미 생명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숫자들에 담긴 의미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우선 숫자의 모양에서
둥근 선은 사랑과 해방을 뜻하고,
곧은 가로줄은 집착과 구속을 의미하며,
선의 교차는 선택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은 광물의 단계이다.
<1>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그냥 존재할 뿐이다.
곡선도 없고,
가로줄도 없으며,
선이 교차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사랑도 집착도 선택도 없다.
광물의 단계에서
사물은 아무 생각 없이 존재한다.

<2>는 식물의 단계이다.
이 숫자에는 아래쪽에 가로줄이 있다.
<2>는 땅 속에 속박되어 있다.
식물은 뿌리가 땅에 붙박혀 이동할 수가 없다.
윗부분의 곡선은 식물의 줄기에 해당한다.
<2>는 하늘을 사랑한다.
식물은 하늘과 구름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고운 빛깔과 조화로운 맵시로
꽃을 아름답게 만든다.

<3>은 동물의 단계이다.
이 숫자에는 두개의 곡선이 우아래에 있다.
마치 벌린 입이 두 개가 겹쳐진 꼴이다.
<맞다. 저것은 두 입이 겹쳐진 모양이다.
무엇을 깨물려는 입이 아래에 있고
입맞춤하려는 입이 위에 있다.>
<3>은 이중성 속에서 살아간다.
사랑하기도 하고 사랑하지 않기도 하며,
감정과 욕구에 잘 휩쓸린다.
가로줄에 없기에 땅에도 하늘에도
매여 있지 않다.
동물은 늘 움직이며
두려움과 욕망 속에서 산다.
<3>은 본능의 지배를 받고
늘 자기 감정의 노예가 된다.

<4>는 인간의 단계이다.
<4>는 십자 모양의 교차로를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 잘 행동하면,
동물의 단계를 떠나 다음 단계로
이행하게 된다.
욕심과 두려움에 더 이상 휩쓸리지 말고
그저 <좋아ㅡ싫어>를 되풀이하는 단계를 벗어나
<5>의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고.

<5>는 영적인 인간,
정신적으로 진화한 인간의 단계이다.
위에 가로줄이 있는 것은
하늘에 묶여 있음을 나타낸다.
곡선이 아래로 향한 것은
아래에 있는 것, 곧 땅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
이 숫자는 2를 뒤집은 모양이다.
식물은 땅에 붙박혀 있고,
영적인 사람은 하늘에 매여 있다.
식물은 하늘을 사랑하고,
영적인 사람은 땅을 사랑한다.
인류의 다음 목표는
칠정(七情)의 속박에 벗어나
정신의 완전한 자유를 얻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면, <6>은?
그것에 대해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대답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여행의 책" 中.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