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영화. 2008. 11. 8. 22:20


첼로와 '죽음'은 참 잘 어울린다. 첼로의 선율이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그 죽음 사이사이에 파고들고 교차되며 그 어느 生과 死도 하찮지 않고 성스럽고 의미있게 느껴지게 만든다.

솔직히 영화 초반에 이미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모두 예상될 정도로 뻔한 전개이긴 하다. 거기다 영화의 2/3가 지나고 관객들에게 감정의 절정을 요구할 때 쯤, 난 영화의 전반부에서 받았던 좋은 인상을 까먹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의 70%정도로만 건조하게, 너무 과하지 않게 감정선을 끌고 갔다면 좋았을텐데 많이 안타까웠다.

아, 그래도 좋은 영화다. '죽음'과 '납관사'라는 생소하고 진지한 소재를 둘러가지지 않고 직접 다루지만 일본 특유의 정서로 가볍지 않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관객들이 편안히 즐길 수 있게 한다.

다이고가 첫 납관 경험을 하고 집에 돌아와 손질된 닭을 보고 구토하고 아내 미카에게 격하게 스킨십을 할 때 정말 온갖 감정과 생각들이 밀려왔다. 죽음을 눈 앞에서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서야 살아있는 것들을 절실하게 갈구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는 인간들의 자기중심적인 이기심과 아이러니란.. 너무나 당연하고 처절하게 공감되었기에 나도 모르게 ' 죽음'이란 것에 숙연해져 버렸다. 이쿠에이와 다이고가 미안하게도 맛있다며 먹던 복이랑 치킨, 그리고 사무실 2층에 빽빽하게 가득 찬 화분 속 식물이 절묘하게 맞닿아 마음을 울린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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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홍당무.

영화. 2008. 10. 31. 22:11


영화, 재미있다.
100분 동안 킬킬거리며 봤다.




하지만 잔혹하다.
거의 막바지에선 눈물이 다 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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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오브 라이즈.

영화. 2008. 10. 26. 17:29


'리들리 스콧' 감독의 걸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2시간2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는데, 많은 관객들이 투덜거리면서 나갔다. 내용에 있어서는 워낙 민감한 소재고 주제다 보니 뭐라 함부로 말할 건 아니고.. 내러티브에 있어선 식상한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과 동지의 경계가 없는, 정의의 영역이 과연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세계를 그린 액션 아닌 스릴러를 즐기기엔 충분했다. 난 정말 홍보할 때 영화장르를 교묘히 바꿔버리는 그런 만행은 제발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이 영화를 보면서 기뻣던 것은, 어렸을 적 나를 영화의 세계로 입문하게 만든 디카프리오가 드디어 어중간한 미소년의 이미지를 벗고 중후한 멋이 물씬 풍기는 배우가 되었다는 점이다. 외모에 가려 폄하된 평가를 받는다고 여겨졌던 연기력도 이젠 빛이 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르단 정보국장 '하비' 역을 맡은 마크 스트롱, 그의 카리스마에 눌려버렸다. 자신과 손 잡길 바라는 사람에게 조건이자 경고로 'Never lie to me'라고 지긋이 말하는 순간, 이 사람을 배신하는 순간 살아남을 수 없겠구나.. 정말 무서운 사람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디카프리오가 정보국장의 눈을 바라보며 거짓말을 하는 장면에선 팽팽한 긴장감과 동시에 디카프리오가 잠시 느꼈을 갈등과 고민, 초조함과 불안감이 전해져서 숨이 멎는 듯 했다. 그 장면,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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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흥, SK 흥,이다. 두산이여, 우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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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영화. 2008. 10. 5. 21:30


지루하다고들 해서 많은 각오를 하고 갔는데, 난 재밌게 봤다. 2시간이 그리 길지 않던걸!



하정우의 연기, 완전 최고다. 아니, 이건 단지 연기일 뿐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싱크로율 100%다. 아마 그랬기 때문에 병운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희수의 감정에 강하게 몰입될 수 있었을 것이다.

병운은 뭐랄까.. 서로 돕고 도움도 받으며 대충 의리를 지키고 그냥저냥 아는 사이로 지낸다면 나무랄데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좋아하고 아끼며, 거기다 미래까지 함께 할 생각을 하는 사이라면 최악 중에 최악인 사람이다. 타인에겐 언제나 유쾌하고 분위기 잘 띄우는 사람일테지만, 나에겐 항상 뺀질뺀질하고 진지한 구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가 된다. 그리고 아는 누군가가 힘들 때 선뜻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만, 정작 내가 혹은 우리가 힘들 땐 타인에게 눈이 돌아가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그인 것이다. 봐라, 자긴 집도 없어 달랑 가방 두개만 들고 떠돌아다니는 주제에 350만원 갚아주겠다고 다니는 거. 하지만 더 싫은 건 본성이 나쁜게 아니어서 그저 미워만하고 떠나려고 하기엔 마음도 편치않으며, 남들 눈도 신경쓰인다는 점이다. 주변의 타인들에겐 너무 좋은 사람일 뿐이니깐. 당해보지 않으면 이해를 못하니깐. 그리고 나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아니깐.

영화가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고 공감도 하게 만들지만, 답이라고 할 만한 뭔가도 보여주지 않아 오히려 극장을 나서는 사람의 맘을 먹먹하게 만들고 여운을 남긴다.





그와 그가 만난 사람들. 결국 돈은 350만원을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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