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 대단한 전투씬도 기대하고 간 것도 아닌데, 실망하다니..ㅠ_ㅠ  그러게 무려 3시간이 넘는 준비운동은 너무 길잖아;; 그나마 동아시아 쪽은 삼국지에 대한 깊은 애정과, 동시에 등장인물에 대한 남다른 지식이 있으니 몰입하고 보는 거지, 그냥 미국개봉처럼 한 편으로 묶어 빠른 전개로 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손상향 에피소드나 중국풍 사극연출(그러고보니 폼잡는게 장이모 감독과 비슷했다;;), 유머코드 이런 것도 차라리 줄이거나 없애는 게 좋았을 듯. 그리고 차라리 제갈공명과 주유, 조조의 지략 대결을 더 극적으로 하지 뭔가 밍숭맹숭한게 좀...

여튼 1편을 보고 가졌던 기대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많이 아쉬웠던 영화.










그나저나 1편의 어색했던 금성무는 어디가고 제갈공명이 내 앞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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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

영화. 2009. 1. 25. 15:07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결말의 그 충격은 정말 대단하다. 홀로 남았을 거라 생각했던 주인공이 느꼈을 절망과 분노, 상상만해도 끔찍할 정도.




사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극장 내 사람들도 결말에 대해 굉장히 어이없어 했고, 또 넷 상에서도 식스센스 이후 많은 영화가 그랬듯 이 영화도 반전에 집중하다 영화 자체가 함몰되었다고 많은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난, 예전에 한 듀나인이 이 영화를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고찰로 본다면 오히려 생각할 거리가 많은 풍부한 영화라 했던 그 생각에 동감한다. 안개와 그 속에서 출몰하는 괴물들은 그저 인간을 위협하는, 그래서 감추어진 인간 본성을 드러나게 하는 매개체일 뿐이라면? 대신 쇼핑몰 속에 갖혀 몸부림치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을 보라. 지극히 이성주의적인 사람들부터, 정말 미친X라는 목구멍까지 올라오고 스크린 속에 들어가 진작에 그 머리를 날리고 싶은 비이성적인 사람들까지. 게다가 공포와 두려움으로 제물까지 바치려는 대중의 움직임을 나타날 때 쯤이면 그 광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언제나 되풀이되는 역사의 한장면 같기도 하고.

게 중에 가장 인간적이고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되는 몇 명의 사람들이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이 더 충격적일 테고. 아마 두려움과 공포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대중에 휩쓸려 그 자신이 광기의 대중이 되어버리는 그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래,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은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일 수도 있고 그게 항상 좋은 결말을 보장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이 영화, 생각하면 할수록 암울하고 잔인한 영화같다.


마지막 두 명은 외모와는 달리 멋진 활약을 하는 마트 아저씨(그래서 이 아저씨가 끝까지 함께 갔다면 그런 결말을 맺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와 아, 진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미친X(그래서 이 여자의 결말에 극장 내 사람들이 속시원하다고 소리지르고 박수를 쳤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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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완전 러브러브모드에 빠진 게 있으니 바로 새로 나온 과자, 리얼 브라우니!


한박스에 4개 밖에 들어있지 않아 다른 과자에 비해 많이 비싼 편이지만 정말정말정말 맛있다. 까딱하다간 한번에 다 먹어버릴 것 같아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엇보다 너무 달달한데다 쪼그만한 녀석이 칼로리가 너무 높아 부담스러운 까닭에 몸을 사리는 거다.

그래서 집에 두통을 쌓아놓은 이후로 뭔가 땡길 때면 항상 이 브라우니가 생각나지만 꾹 참고 버틴다. 그러다가 이때다 싶은 때 나에게 상을 내리는 마음으로 하루에 한개씩만 먹는다!ㅋ

므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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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점.

영화. 2009. 1. 7. 23:03




1. 영화가 참 길게 느껴지더라. 3시간은 앉아있은 것 같은데 133분 밖에 안되네. 이 시간도 그다지 짧은게 아니긴 하지만.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자꾸 늘어지고 지루해지던데 더 타이트하게 편집을 하여 상영시간도 좀 줄이고 관객을 더 압박하고 조였다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2. 줄거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궁궐 내 치정극이랄까. 원나라 속국이라는 정치문제가 등장하긴 하지만 왕을 위협하는 실체로 강하게 어필되지도 않고 그저 왕과 홍림, 왕후 이 세사람에게 이야기가 집중된다. 좀 많이 아쉽다. 정치적 문제로 왕의 위태로움을 더 강조하든지, 차라리 홍림의 충성과, 욕망과 왕과의 배신 이런 감정에 더 치중하든지.. 언제 조인성이 이런 누드로(그것도 동성애 역할까지) 영화를 다시 찍을지 모를 일인데 결과가 안받쳐주니, 심히 안타깝다. 조인성의 멍때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걸로 좀 부족했던 듯 ㅠ_ㅠ  뭔가 심하게, (조인성의)연기도 그렇고 홍림의 심리상태도 그렇고 그래서 영화까지도 어중간하게 걸쳐있어 보고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이입 힘들게 하는 점도 적지 않았다.

3. 말 많은 정사씬에 대해 얘기하자면 난 홍림의 왕과의, 왕후와의 씬이 모두 실망이었다. 홍림과 왕의 정사씬은 솔직히 우리나라에선 대단히 파격적인 것도 사실이고 배우들도 연기가 쉽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뭐랄까 이 영화가 특별함을 내세우기 위해 이용한 장치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래도 훗날 DVD가 나오면 배우들의 음성 해설이 들어있는 스페셜 피쳐가 꼭 보고 싶다!). 그리고 왕후와의 씬은 흠.. 금기의 애절함이나 하다 못해 욕망의 에로틱함이라도 느껴지면 좋았을텐데, 그저 보이는게 전부였다는 아쉬움이;;; 

4. 주진모와 송지효의 저음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송지효는 왕후의 위엄이 서려있었고, 주진모는 정말 극장 내 낮게 깔린 공기마저 웅웅거리게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저음이 참 듣기 좋았다. 연기도 주진모가 가장 좋았던 듯.

5. 난 결말이나 홍림의 성정체성, 결국 사랑한건 누구인가 같은 건 그냥 생각하기 싫다. 아니,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그렇게 어중간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뭘. 그저, 버림받은 왕이 쪼금 불쌍할 뿐;;



6. 꽃돌이들이 참 많이 나온다.


7. 그래도 본좌는 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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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리스트.

영화. 2008. 12. 29. 01:38



물론 나도 재밌다고 느꼈기에 해가 뜨는데도 끝까지 보았고, 역사적으로 쉰들러라는 인물은 존경받아야 한다는 점에 추호의 의심도 없으며, 따라서 이 영화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포털의 네티즌들처럼 완벽에 가까운 점수를 주지는 못할 것 같다. 뭐, 대중의 취향이라는 게 있을테니깐.



난 이 점이 좋았다. 쉰들러가 나치의 유태인 정책에 대해 정치적으로, 의식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반대한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 좋아서 불쌍하고 안된 것을 보고 지나치지 못해 별 생각없이 도와주는 묘사가 말이다. 중간중간 자신의 재력과 권력과 인맥을 적절히 이용하고 휘두르는 장면이 그래서 더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뭐랄까, 거창한 정의와 휴머니즘, 그저 한 인간의 연민과 동정심 사이에서 관객들과 아슬아슬 줄다리기를 하는 듯한 그런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전개가 결말로 가면서 많이 무너졌다. 감동을 주려는 노력이 너무 과한 까닭에 팽팽하던 긴장감이 탁 풀려버려 엔딩이 너무 길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기도 하고.



특히 세가지가 남는다. 리암 니슨의 거대한 체구;; 작은 사람들과 나란히 있으니 꼭 거인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랄프 파인즈. 쉰들러의 종용에 한동안 유태인에게 인정을 베풀다 다시 잔인함조차 느껴지지 않는 눈빛을 가진 악랄한 나치로 돌아가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거기다 유태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빙빙 둘러 말하는 거나 결국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어찌나 보는 사람에게 와닿게 연기를 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빨간 옷을 입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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